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사유와 성찰]한빛 1·2호기, 영구정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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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립선언문에는 “인민의 안전과 행복을 가져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원칙에 기반한 기구를 조직한 새 정부를 수립하는 것은 인민의 권리”라고 했다. 프랑스혁명 또한 왕정의 폭력으로부터 시민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일어났다.
대한민국 헌법의 모든 기본권도 안전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원전의 안전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유예된 안전이다. 위험을 지방에 떠넘기며, 후손들에게 전가한다. 매년 750여t씩 나와 원전 부지에 쌓여가는 고준위 핵폐기물은 수만년 동안 한반도를 오염시킬 것이다.
원전 사고의 대명사인 영광 한빛 1·2호기의 수명은 각각 올해 12월과 내년 9월까지다. 민중이 세운 현 정권도 과연 2023년 한수원 이사회의 수명연장 결정을 끝까지 밀고 나갈 것인가. 작년에는 영광을 비롯한 관련 지역 6개 군에서 설명회를 개최하면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이 문제점으로 돌출됐다. 시민단체로부터 최신 기술 미적용, 다수 호기 사고 영향 미반영, 사고 시 주민 보호대책·방사능 방출 감소방안 결여, 한빛 1·2호기 현황 및 실태 미반영, 중대사고별 방사선원항 및 도면 누락, 어려운 전문용어 설명 부족 등이 지적됐다. 그러나 지자체의 평가서 보완 요청에 대한 강제 규정도 없다. 주민 공청회도 사업자가 독단으로 주최한다. 시한폭탄을 품고 사는 주민들의 안전 주권은 어디에도 없다.
이는 원전 카르텔인 기업·학계·정치계가 장악한 안전 권력의 책략이다. 그들은 국가의 이익과 경제적 지표를 내세워 주변부 생명을 희생양으로 삼는다. 자본에 포획된 국가는 기본권을 보호하는 것처럼 하지만, 기본권이 발휘되는 환경을 설계·관리하고 통치한다. 주민이 소외된 환경영향평가법이 바로 그것이다. 민주적 절차는 형식일 뿐 내용을 교묘하게 속이는 장치다. 원전 주민은 고향에서도 추방당한 이방인이다. 철학자 아감벤은 <호모 사케르>에서 이를 “벌거벗은 생명”이라고 한다. 인간은 기술의 노예이자 자기충족의 대상이 됐다. 후쿠시마가 보여주듯이 먼 미래의 사건은 저 너머의 일로 치부해버린다. 막상 현실이 되었을 때, 무안 제주항공 참사에서처럼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올해 9월 호남지역 반핵단체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실용성을 내세우며 “안전하다면 (원전) 수명을 늘려서라도 이용할 수 있다”는 말을 방증하듯, 안전을 검증해야 할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사고관리계획서 심사를 2019년부터 6년째 붙잡고 있는 까닭은 그만큼 한빛 1·2호기가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실용은 이익을 칭한다. 2014년 5월 일본 후쿠이 지방법원이 오이 마을 원전 3·4호기 재가동 금지를 명령한 판결은 명료하다. 간사이전력이 가동 정지로 초래되는 공급의 안전성·비용 감소를 국부 유출과 상실이라고 한 것에 대해 법원은 “풍요로운 국토와 그곳에 국민이 뿌리를 내리고 생활하고 있는 것이 국부이며, 이것을 회복할 수 없게 되는 것이 국부의 상실”이라고 보았다. 국민 안전은 돈으로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이 된 인간은 자연의 신비를 파괴해 핵 문명을 건설했다. 그 대가로 시시포스처럼 영원한 불안의 고통을 짊어지게 됐다. 하늘의 자손인 인간은 반드시 하늘이 길러준다. 경외심으로 천지를 바라보면, 인류가 쓰고도 남을 태양과 바람과 물의 에너지가 차고도 넘친다. 하루빨리 무모한 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하늘의 선물인 대자연의 혜택을 누리길 바랄 뿐이다.
전북 김제의 한 특장차 제조업체에서 일하다 숨진 이주배경 노동자 강태완(32·몽골명 타이완)씨 사건 1주기를 맞아 유족과 시민단체가 중대재해 신속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전북본부와 이주인권단체 등은 11일 전주 고용노동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 1년이 지났지만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언제까지 2년, 3년 동안 조사만 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철저히 수사해 경영책임자의 관리 의무 위반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씨는 지난해 11월 8일 HR E&I(현 ‘호룡’) 공장에서 무인 고소지게작업차(텔레핸들러)를 시험 운전하던 중 장비가 갑자기 움직이면서 고소지게작업차와 인근 장비 사이에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흉부 등 주요 부위에 심각한 상처를 입은 그는 사고 당일 숨졌다.
한국에서 체류 자격을 얻고 취업한 지 8개월 만이었다. 경찰은 사망 8개월 만인 지난 7월 부서 관리자 2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대표는 제외됐다.
어머니 이은혜씨(엥흐자르갈·63)는 “2년이 걸릴지, 3년이 걸릴지 모른다고만 한다. 누가 잘못했는지 정말 알고 싶다”며 울먹였다. 그는 “내 아까운 아들이 죽었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답을 해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단체들은 이번 사고가 단순한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위험의 이주화’ 구조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전체 취업자 중 이주노동자 비율은 3.2%에 불과하지만 산업재해 사망자 중 이들의 비율은 10%를 넘는다. 불안정한 체류 자격과 열악한 노동환경이 맞물리며 구조적 위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사강 이주와인권연구소 연구위원은 “왜 이주 청년들이 나고 자란 한국에서 정착하기 위해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야 하는가”라며 “낯선 지역에서 위험한 일을 하며 거주 비자를 얻기 위해 4년, 영주권 신청 자격을 얻기 위해 5년을 버텨야 하는 제도는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이번 사건을 명백한 인재로 규정하며 회사의 안전관리 의무 소홀을 비판한다. 고용노동부 전주지청의 중대재해 수사는 사고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단체들은 “노동부가 시간을 끌며 사용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며 “늑장 수사와 솜방망이 처벌로는 죽음의 현장을 멈출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전국에서 중대재해로 숨진 노동자는 589명, 올해 상반기만 287명에 달한다. 전북에서도 지난해 32명, 올해 상반기 16명이 목숨을 잃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2022년) 이후 올해 7월까지 보고된 2986건 가운데 기소된 사건은 121건(기소율 4%)에 불과하다.
단체들은 정부에 산재 사망 사건 신속 조사와 경영책임자 엄정 처벌, 이주노동자 산업안전 대책 마련, 출입국관리법 개정과 미등록 아동 체류권 보장을 요구했다.
이들은 “고용노동부가 더는 시간을 끌지 말고, 강태완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책임을 다하라”며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가 현장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근본적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성과 남성이 장갑차 위에 올라가 바이올린과 기타를 연주한다. 아일랜드 춤곡 ‘Haste to the Wedding’(결혼식에 종종걸음으로)의 선율이 퍼진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보안요원이 제지하지만 연주는 5분가량 이어진다. 그 옆에선 여성 3명이 “전쟁장사 중단하라”고 외친다.
2022년 9월 일산 킨텍스 대한민국방위산업전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들은 ‘위력(威力)’을 행사해 무기전시회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4월15일 대법원은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로 판결했다. “음악은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상징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비폭력적 수단”이며 “국가 방위산업에 관한 사항은 공적 관심사”이므로 “감시와 비판을 위한 표현의 자유”가 폭넓게 보장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사회가 더 이상 12·3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할 때, 나는 지극히 상식적인 이 판결에도 주목했다. 하지만 순진한 기대였다. ‘군대 남성성’을 체화한 내란 수괴가 감옥에 갔지만, 그의 ‘무기에 대한 맹신’은 남았다.
‘방산’을 AI·반도체와 더불어 ‘미래 먹거리’라고 한 대통령 이재명은 올해 서울국제항공우주·방위산업전시회에서 “자랑스러운 ‘K방산’의 눈부신 성과”를 말했다. 이 자리엔 가자지구 학살에 쓰인 이스라엘 무기도 전시됐다. 항의 시위를 한 활동가들은 경찰에 의해 쫓겨났다.
이재명 정부가 이례적인 건 아니다. 전 대통령 문재인도 ‘방산수출 100억달러’ 달성을 큰 성과로 꼽았다. 군의 무기를 고도화하기 위해 민간의 참여가 필요한데, 기업의 수지타산을 맞추려면 국내 수요만으론 안 되고 해외로 무기수출을 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누군가 그 무기에 죽더라도 ‘우리’만 안전해진다면 괜찮다는 얘기이다. 윤석열은 문재인의 다른 정책은 뒤집어도 무기수출은 충실히 계승했다. 이 문제에는 진영을 뛰어넘는 합의가 있는 것이다. ‘과잉 전력’에 ‘돈 먹는 하마’ 비판을 받는 핵추진 잠수함에 대한 정권을 초월한 집착도 그런 점에서 설명된다.
여성학자 정희진의 지적처럼 “무기수출은 다른 분야의 성장, 수출과 다르다” “군사주의를 중심으로 하는 전 지구적 자본주의에 한국 재벌이 참여하는 것”일 뿐 무기수출에서 한국적 가치를 찾기는 어렵다. 굳이 찾자면 무기업체들이 강조하는 ‘가성비’가 있다. 그 뒤엔 ‘위험의 외주화, 이주화’가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사람 죽이는 도구에서 가성비란 말을, 대놓고 자랑할 건 아니다.
경주 APEC을 앞두고 야구 중계 도중 국내 무기업체의 잠수함 광고가 나왔다. 잠수함을 구매할 시청자는 없을 텐데 도대체 뭘까. 광고 후 ‘남초 사이트’의 뜨거운 반응을 보며 분명해진 게 있다. 이른바 ‘밀덕’ 감수성이 주류화되는 분위기를 보여준 것이다. 이것은 ‘한국 음악이나 음식이 널리 알려져 뿌듯하다’는 느낌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각종 ‘K’에 편승해 무기산업까지 그런 지위를 얻으려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군비경쟁으로 몰려가는 힘이 강력하며, 핵국가 북한을 마주한 한국에서 안보에 손 놓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외교와 국방의 다양한 수단을 어떻게 배합할지, 군대가 어떤 무기를 어느 정도 갖출지 정할 때 ‘안보 포퓰리즘’에 기댈 게 아니라 전체 예산 배분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토론, 지정학 여건에 대한 냉정한 분석을 통해 적정선을 찾아야 한다. 그 선은 공멸적 군비경쟁에 기름을 붓지 않는 한도 내에서 긋는 게 바람직하다. 북한 GDP의 1.7배를 국방비에 쓰는 한국은 이미 충분한 ‘강병’을 가진 ‘부국’이다. 아무리 비싼 무기를 더 갖춰도 안보 불안을 완전히 없앨 순 없다. 불안 해소책은 이재명 정부가 잘한다고 평가받는 외교에서 더 찾아야 한다.
모두가 국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필요는 없다. 평화를 위해, 국가의 눈높이에서 보지 않는 사람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장갑차를 올려다보며 잠시 망설였던 한 예술가의 말에서 가능성을 찾고 싶다. “많은 사람이 장갑차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다. 잠시 두려워졌다. 내가 올라간다고 해서 저 거대한 힘의 흐름이 당장 바뀌는 것은 아닌데 어쩌면 이 모든 것이 무모한 짓은 아닐까. 다시 눈을 감는다. 무기로 죽어간 수많은 사람과 생명들의 빼앗긴 이름과, 얼굴과, 삶과, 눈물을 생각한다. 다시 눈을 뜨니, 이제 내 눈에는 장갑차만 보였다. 디디어 올라갈 바퀴와 손잡이가 뚜렷하게 길을 내주고 있었다.”
‘K방산’이라는 말, ‘펜이 칼보다 강하다’고 믿는 기자들부터 쓰지 않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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