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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명품쇼핑몰 “비싼 학비 내고 더러운 학교 보고싶지 않다”…청소노동자에게 학생들이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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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링2
댓글 0건 조회 109회 작성일 25-12-27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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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명품쇼핑몰 [주간경향] 청소해야 할 공간은 그대로인데 청소노동자 수만 줄어든다. 덕성여대 이야기다.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이 ‘더 이상 노동자를 줄이지 말라’며 투쟁하고 있다. 일하다 죽거나 다치고, 휴게시설이 제대로 구비돼 있지 않은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오래전부터 사회문제로 불거졌다. 덕성여대는 최근 몇 년간 퇴직한 청소노동자 자리를 채우지 않고 있다. 노조는 최근 4년간 인원의 20%가 감축돼 기존 노동자들이 부담해야 할 청소량이 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학교 쪽에선 전일제 노동자를 새로 뽑는 대신 파트타임 노동자로 대체하겠다는 말도 나온다.
이번 투쟁이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은 덕성여대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청소노동자들에게 연대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학생들이 팀을 구성해 노동자들을 인터뷰하며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인원 감축 반대 서명운동엔 1400명 넘는 구성원들이 참여했다. 청소노동자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고, 투쟁을 응원하는 말이 쏟아졌다. 그 연대의 풍경을 자세히 살펴봤다.
덕성여대 청소노동자 수는 최근 몇 년간 계속 줄었다. 2022년 51명, 2023년 50명, 2024년 47명에 이어 2025년은 44명이었다. 학교 측은 2025년 말 정년퇴직하는 청소노동자 3명만큼의 인원을 또 줄이겠다고 했다. 2026년엔 41명이 되는 것이다. 7명이 청소하던 도서관은 5명이, 3명이 청소하던 학생회관은 1명이 청소하는 상황이 됐다. 학교 입장에선 비용 절감이 되지만 기존 노동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청소량은 점점 늘어난다. 노조(공공운수노조 덕성여대분회)는 업무강도 증가를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학교 측의 업무 재배치를 거부하기로 결의했다.
학생들이 실태조사를 하기 위해 모인 것은 2024년 8월이다. 청소노동자는 흔히 ‘그림자 노동’으로 불린다.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모르는 사이 노동이 이뤄진다. 노학(노동자·학생)연대 기획단 ‘손잡이’의 제안을 시작으로 덕성여대 학내 단체인 교지편집위원회 ‘근맥’, 퀴어네트워크 ‘이오’ 구성원들이 실태조사팀에 합류했다. 직접 설문지를 짜고 2024년 9월 노동자들을 만나 인터뷰했다.
실태조사팀이 낸 보고서를 보면 청소노동자들은 과거에 비해 한 사람이 처리해야 하는 작업의 양이 늘었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구역이 2층에서 3층까지로 확대되고, 다른 건물에서 인원이 줄면 주변의 업무량이 함께 늘어났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걱정과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노동자가 적으면 청소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해진 시간 내에 많은 구역을 끝내야 해서 급하게 일하게 된다”, “일이 힘들어서 더 이상 이곳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 “대체 인력이 없어 아플 때도 출근해야 한다고 느낀다”는 답변이 나왔다. 인원 감축이 그저 숫자 하나 바뀌는 문제가 아니라 청소노동자의 노동환경을 어떻게 열악하게 만드는지가 보고서에 담겼다.
덕성여대 학생 김다은씨(25)는 이번 조사에 참여하면서 청소노동자 휴게실 위치를 처음 알았다고 했다. 김씨는 “학생과 교직원이 본격적으로 학교 공간을 이용하기 전에 청소 노동을 대부분 마쳐놓아야 한다는 것 때문에 일상생활을 하면서 청소노동자를 마주치는 게 굉장히 어려웠다”며 “휴게실도 누가 데려가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학교 구석진 곳, 지하 혹은 건물 뒤편에 있었다”고 했다. 김씨는 “청소노동자들이 학교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 크게 와닿았다”며 “이를테면 도서관 청소를 하다가 책을 뽑아서 잠깐 봤는데 ‘읽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휴게실에서 음식을 먹을 때도 냄새가 심하게 풍기는 것은 편하게 못 먹는다는 게 인상 깊었다”고 했다.
근맥 부편집장인 조은경씨(23)는 학교의 4~5층짜리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장애학생들의 이야기를 기사로 썼는데, 이게 청소노동자들도 관련된 문제라는 것을 실태조사를 하면서 알게 됐다. 조씨는 “건물 전체를 한두 분이 계단을 계속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청소하는데 넘어지거나 미끄러져서 심장이 철렁할 때도 많다고 이야기를 해주셨다”며 “조사원들과 화가 난다는 대화를 나눴는데 ‘학교에 몇 년을 있으면서도 몰랐구나’ 싶었다. 깊게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알기 어렵구나 싶어서 놀라웠고, 한편으로는 씁쓸했다”고 했다.
실태조사는 청소노동자와 학생이 연결돼 있음을 확인하고 소통, 교류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우한비씨(25)는 “인터뷰를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했는데 갈 때마다 먹을거리를 챙겨주고 따뜻하게 반겨주신 것이 제일 인상 깊은 환대의 장면들이었다”며 “4년 동안 학교에 다니면서 구석구석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태조사를 통해서) 학교가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함께 살고 있는 생태계인지, 그 생태계가 얼마나 불평등한지를 자세히 알게 됐다”고 했다. 지난 12월 5일엔 학생들과 청소노동자들의 간담회가 열렸다. 실태조사팀 소속이 아닌 학생들도 참여해 간담회 장소인 노조 휴게실이 꽉 찼다.
이후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노조가 지난 12월 9일부터 덕성여대 구성원(학생·교원·직원·동문)을 대상으로 인원 감축 반대 서명운동을 진행했는데 3일 만에 800여명, 12월 24일 기준 총 1410명이 서명했다. 서명에 참여한 규모도 컸지만, 그중 416명은 ‘학교 당국과 청소노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상세하게 적어냈다. 한 학생은 “야간에도 학교 강의실에 남아 작업을 하면서 많은 양의 쓰레기들이 생겨나는데 그걸 모두 힘들게 청소해주는 모습을 봤다. 그 덕에 깨끗한 환경에서 새로이 작업할 수 있었다”며 “고생하는 것을 알기에 더 대우해드려야 마땅하고, 인원 감축으로 업무강도가 높아져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른 구성원은 “청소노동자들이 하루라도 없으면 학교가 더러워진다. 제일 중요한 일을 맡은 인원을 감축한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반성의 말들도 있었다. 한 학생은 “기숙사에 있는데 이렇게 적은 인원이 교내 청소 노동을 전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입학 1년이 다 된 지금에서야 알게 된 것이 매우 부끄럽다”며 “문제가 원만히 해결돼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으로 삶을 이어가실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고 했다. 또 다른 학생은 “1교시가 있어 이번 학기 내내 주 3일은 아침 8시에 학교에 갔다. 그 시간에도 청소노동자들은 일하고 있는데 최근에야 인원 감축이 진행 중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제 무지함에 죄송한 마음뿐이다. 이렇게 서명이라도 적어 그분들에게 작은 힘이라도 되고자 한다”고 했다.(▶덕성여대 구성원들의 더 많은 말들은 기사 하단에서 볼 수 있습니다.)
노조는 서명에 참여해준 덕성여대 구성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노조는 “가장 일찍 새벽에 출근해서 학생과 교직원들이 나오기 전에 청소를 마쳐야 하는 노동자들은 ‘우리 일하는 거 빗자루나 알지’라며 자조해왔지만, 이렇게 많은 학생이 우리를 ‘보고’ 있었음을 새삼 알게 됐다”며 “써준 글들을 읽으며 참으로 큰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덕성여대 학생들의 이번 연대가 특별한 것은 2022년 청소노동자 투쟁 때 겪은 갈등과 혼란 때문이기도 하다. 청소노동자들이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투쟁을 했는데, 당시 총장이 노조를 비판하는 담화문을 낸 뒤 학내에 청소노동자 투쟁을 반대, 폄하하는 대자보와 메모지가 붙었다. ‘노동자 OUT’, ‘NO 연대’ 등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성 발언, 청소노동자와 학생을 대립 구도로 몰아가는 주장이 이어졌다. 청소노동자에 연대하는 학생이 저격을 당하고 청소노동자들은 고립됐다. 이번 실태조사에 참여한 여러 학생은 2022년 사태에 대한 부채감이 청소노동자들에게 연대하게 된 동기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2022년 청소노동자에 연대했고 이번 실태조사에도 참여한 손세림씨(26)는 “당시엔 혐오가 너무 커서 연대하는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로 없었다. 주변 친구들도 (학교가) 부당하다고 하면서도 적극적으로 행동하기에는 무서워하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그런 손씨는 최근의 연대 흐름에는 놀랐다고 했다. 손씨는 “2022년 당시에는 연대하는 쪽에서도 ‘어머니들이 힘드시니까, 불쌍하니까’ 이런 동정론이 있었다”며 “그런데 이번에는 ‘인원 감축은 부당하다’, ‘청소노동자들이 일하는 것을 봤고 이들의 요구에 공감이 간다’, ‘청소노동자의 노동권이 우리의 노동권과 이어져 있다’는 식으로 2022년엔 없었던 이야기들이 나왔다. 많이 놀랐다”고 했다.
덕성여대 학생들의 연대는 청소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할 수 있을까. 손씨는 실태조사와 서명운동에 대해 “학생들이 청소노동자의 삶과 내 삶이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청소노동자도 학교 안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구성원이라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우한비씨는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연대는 ‘그냥 아름다운 일’에서 끝나선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이번 연대가 ‘학생들의 놀랍고 감동적인 연대’ 같은 단순한 미담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학교가 구조적으로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 예를 들어 청소노동자의 노동 강도와 인원 감축이 공식적인 의제로 다뤄지면 좋겠다”며 “또 이 논의가 청소노동자에게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덕성여대가 어떤 방식으로 비정규나 외주 노동을 유지해왔는지에 대한 이야기의 출발점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악의 평범성’은 환상이다
해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개념의 주요 전제는 나치의 유대인 정책을 관할했던 친위대 중령 아돌프 아이히만이 상부의 명령을 수동적으로 집행한 소심한 관료였다는 것이다.
독일 철학자 베티나 슈탕네트는 아이히만이 1950년대 아르헨티나에서 망명 중일 때 남긴 기록과 언론인과의 인터뷰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아렌트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저자에 따르면 아이히만은 ‘수동적 관료’가 아니라 ‘유대인 절멸 기계’를 설계하고 작동시킨 장본인이자 확신에 찬 인종주의자였다. 아이히만은 아르헨티나에서 지내는 동안 주도면밀하게 자기방어 논리를 고안했다. 자신과 자신의 부하들은 “전쟁이라는 살인 모터의 거대한 동력 전달 장치의 작은 톱니들”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것이 아이히만이 생애 마지막 해에 남들에게 보이기로 선택한 자신의 이미지였다”면서 아렌트가 아이히만이 공들여 연출한 ‘희생자’ 이미지에 속아넘어갔다고 판단한다.

가장 큰 대중적 관심 모은 소설
올해 소설 분야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큰 관심을 모은 책으로 꼽을 만하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와 몇년째 역주행 기록을 쓰고 있는 양귀자의 <모순> 등 출간된 지 오래된 소설들이 베스트셀러 목록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서점가에서 <혼모노>는 예스24와 교보문고의 2025년 종합 베스트셀러에서 각각 3위와 4위를 차지하며 젊은 소설가의 저력을 보여줬다.
올해 출판계 최대 화제 인물인 영화배우이자 출판사 대표 박정민의 추천사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보면 되는데”가 소설의 인기에 큰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나, 첫 장편 <두고 온 여름>(2023)을 비롯해 성해나가 2019년 등단 이후 꾸준히 문단의 주목을 받던 이름이었다는 점에서 작품 자체의 역량을 무시할 수 없다.
‘혼모노’ ‘스무드’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 등 7편의 작품이 실린 소설집은 개성적인 캐릭터와 강렬한 서사로 진짜라고도, 가짜라고도 할 수 없는 세계에 대한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인류 문명 여명기에 대한 신화 부수기
인류 문명의 여명기에 대한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책이다. 우리는 흔히 인류가 선사시대에 수렵채집을 하면서 평화롭고 평등한 삶을 살다가 약 1만2000년 전 ‘농업혁명’으로 도시·국가·관료제가 출현하면서 불평등해졌다고 알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주장을 인정할 경우 불평등은 인류가 문명을 얻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하는 비용이 된다는 점이다. 무정부주의 성향의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1961~2020)와 고고학자 데이비드 웬그로는 인류학과 고고학 분야 최신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신화 부수기’를 시도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유럽 계몽주의자들은 신대륙(아메리카) 선주민들로부터 사상적 영감을 받았다. 저자들은 또 농업 발달과 잉여 자산 축적의 결과로 사회 불평등이 발생했다는 기존 학계의 주장에도 반대한다.
우리의 지식이 대단히 가변적인 전제 위에 서 있으며 지적인 퇴행을 막기 위해서는 전복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일깨워준다.

AI가 가져올 ‘불길한 미래’미리보기
인공지능(AI)이 몰고올 불길한 미래를 다룬 책들의 홍수 속에서 단연 돋보인 책이다.
유명한 외국 저자들이 다가올 미래를 분주히 예측하는 동안, 소설가 장강명은 한국 바둑계가 이미 ‘AI 이후’를 살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2016년 이세돌 9단이 구글의 바둑 AI 프로그램 알파고에 패배한 이후 한국 바둑계는 전 세계 그 어느 곳보다 먼저 ‘AI 충격파’를 거세게 경험했다. 모두가 AI의 포석을 학습하면서 기사들의 수준은 상향평준화됐지만 개성은 사라졌다. 프로 기사들은 ‘연습생 과외’ 일자리를 잃었다. 바둑이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예술’이라는 믿음도 훼손됐다.
기자 출신인 저자가 꼼꼼한 취재를 바탕으로 보여주는 바둑계의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향후 AI가 바둑 이외의 다른 업계에 미칠 충격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책의 마지막 문장이 주는 울림이 매우 크다. “우리는 우리 운명의 주인이다./ 우리는 우리 영혼의 선장이다./ 아직까지는.”

‘죽음의 땅’ 후쿠시마의 기묘한 평화
독특한 형식의 책이다. 사진작가 정주하가 2011년부터 올해까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일어난 3년을 제외하고 매년 후쿠시마를 찾아 찍은 사진과 소설가 백민석과 황모과가 정주하의 사진을 보고 떠올린 소설을 엮었다.
정주하의 사진은 소들이 자연사할 때까지 그들을 돌보는 목부가 있는 미나미소마의 ‘희망농장’을 주로 담았는데 흑백으로 처리된 사진은 쓸쓸함을 자아낸다. 반대로 후쿠시마의 일상적인 모습은 컬러 사진으로 배치돼 죽음의 땅에 내몰린 소들의 모습과 대비된다.
황모과의 소설 ‘마지막 숨’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한 뒤, 방사능 물질이 흘러들어간 바다에서 죽은 인어의 사체로 만든 사료를 먹고 800년 넘게 살아가는 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죽음의 땅에서 얻은 영생이 과연 축복인지 고통인지 묻는다. 백민석의 ‘검은 소’는 제2원자력발전소까지 녹아내렸다는 것을 가정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재일조선인 작가 서경식 교수가 생전 기획했다.

오키나와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오키나와 출신 만화가 히가 스스무가 1995년과 2010년 각기 발표한 <모래의 검>과 <마부이>를 합쳐 2023년 출간한 그래픽노블의 한국어판이다.
독립된 왕국이었다가 일본에 합병된 슬픈 역사부터 1945년 3월부터 6월까지 3개월 동안 오키나와 인구의 약 3분의 1이 사망한 ‘오키나와 전투’의 비극, 미군 기지 유치를 둘러싼 갈등에 이르기까지 오키나와의 과거와 현재를 담담하면서도 사실적인 그림체로 담았다.
저자는 애써 비극을 강조하진 않지만 일본이 미·일 안보체제의 부담을 오키나와에 떠넘겼다는 사실을 날카롭게 고발한다.
‘유타’라고 불리는 무녀의 역할이 인상적이다. 이들은 무속적 제의를 통해 오키나와인들이 지켜야 할 공동체적 연대의 소중함을 상기시킨다.
깊은 눈으로 역사를 들여다본 그래픽노블이라는 점에서 홀로코스트를 다룬 <쥐>와 1979년 혁명 이후 이란의 혼란을 그린 <페르세폴리스> 같은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트럼프는 우리를 지켜주는 불량배”
부동산 재벌 출신 유명인에 불과했던 도널드 트럼프가 어떻게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까. 백인 저학력 노동자들은 왜 트럼프를 지지할까. 그들은 모두 백인우월주의자들일까.
‘감정노동’ 개념을 고안한 것으로 유명한 사회학자 앨리 러셀 혹실드는 전 세계 민주주의자들을 당혹스럽게 한 트럼프의 선거 승리를 이해하기 위해 2017년 애팔래치아산맥 부근 켄터키주 파이크빌로 갔다. 트럼프 주요 지지층인 백인 저학력 노동자들이 밀집한 지역이다. 저자는 파이크빌과 인근 지역 주민들을 7년간 심층 인터뷰해 ‘자부심’과 ‘수치심’이라는 열쇳말을 건져낸다. 트럼프 지지자들도 트럼프가 불량배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그들에게 트럼프는 “우리를 보호해주는 우리의 불량배”다. ‘레드네크’(목덜미가 그을린 남부 백인 노동자)나 ‘힐빌리’(애팔래치아산맥 인근의 가난한 저학력 백인) 같은 납작한 용어들로는 다 포착할 수 없는 미국 사회의 입체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책이다.

1800여쪽으로 펼쳐낸 김규식의 삶
현대사 연구자 정병준 이화여대 교수의 역작이다. 10년 가까운 집필 기간을 거쳐 완성된, 1~3권 도합 1872쪽에 이르는 평전이다.
우사 김규식(1881~1950)은 해방 공간에서 ‘우익 3영수’로 꼽혔던 인물이지만 이승만, 김구, 여운형 같은 거물들에 가려져 생애와 활동이 충분한 조명을 받지 못했다.
1권(1881~1918년)은 유년기, 미국 유학 시절, 중국 망명과 독립운동 투신 등의 사건을 담았다. 2권(1919~1921년)은 파리강화회의 참석, 1인 외교투쟁, 미국에서 이승만과의 만남과 갈등을 다룬다. 3권(1922~1945년)에서는 러시아에서 개최된 극동민족대회와 국민대표회의, 중국인들과의 항일 연대, 민족혁명당 가입과 임시정부 부주석 재임 시기를 살핀다. 김규식의 삶뿐만 아니라 독립운동 세력 내부의 역학 관계까지 세밀하게 보여준다.
3권 말미에 실린 70여쪽 분량의 ‘김규식 자료 추적기’는 이 방대한 저서의 길잡이 구실을 한다.

오웰이 빚진, 그리고 지운 여인 아일린
영국 작가 조지 오웰(1903~1950)은 정치적 글쓰기를 예술로 만들고자 했던 지식인이자 파시스트들과 싸운 투사였다. 그의 대표작 <1984>와 <동물농장>은 동시대 좌파 지식인들이 소련을 낭만화하고 있을 때 스탈린 체제의 본질이 전체주의에 다름 아니라는 사실을 폭로한 걸작이다.
인권변호사 출신의 호주 작가 애나 펀더는 오웰의 명성에 가려져 있었던 오웰의 아내 아일린의 삶을 복원함으로써 오랫동안 ‘지식인의 양심’으로 추앙받아온 오웰의 치부를 드러낸다. 여성을 대하는 오웰의 태도를 다룬 대목들이 충격적이다. 여기에는 단순한 일탈이나 불륜을 넘어 성범죄라고 할 만한 행위들도 포함돼 있다.
저자는 오웰의 문학적 성취는 그것대로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진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제가 바랐던, 그리고 여전히 바라는 바가 있다면, 이 책이 하나의 해방이 되는 것입니다. 가부장제는 도덕적으로 낡고 허약한 정당성이 없는 권력 체계입니다.”

우리가 아는 그런 홍대용은 없다
2권을 합쳐 1300쪽 분량인 <홍대용 평전>은 천재 실학자이자 독창적 과학자, 개혁적 사상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담헌 홍대용을 둘러싼 신화를 해체하는 책이다.
한문학자 강명관 부산대 명예교수가 16년 동안 홍대용의 생애, 그의 저술, 당대 청과 조선의 문헌들, 중국 지식인들과 주고받은 편지 등 담헌이 남긴 방대한 스펙트럼의 텍스트를 샅샅이 검토해 써낸 역작이다.
홍대용은 미신적 사고와 신분제의 질곡이라는 낡은 질서를 깨뜨리고 민족주체성을 강조한 인물로 자리매김됐으나, 저자는 그런 이미지는 조선 사회의 ‘자생적 근대’의 근거를 찾으려는 20세기 초 학자들에 의해 왜곡된 것이라고 말한다. 일각에서는 사족을 비판한 홍대용의 발언을 신분제 타파 의지로 해석하지만, 대지주 출신 홍대용에게는 백성에 대한 고민이나 공감이 없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영천군수 시절에는 진휼곡 500석을 착복한 뒤 군민들에게 고리로 빌려주는 부패도 저질렀다.
길을 비켜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60대 운전자를 밀쳐 넘어뜨려 숨지게 한 30대 배달기사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충북 청주흥덕경찰서는 상해치사 혐의로 30대 오토바이 배달기사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일 오후 7시 20분쯤 청주 흥덕구의 한 도로에서 60대 B씨를 밀쳐 바닥에 넘어뜨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넘어지며 머리를 부딪쳐 의식을 잃은 B씨에게 별다른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달아났다. 이후 B씨는 인근을 지나던 시민의 신고로 출동한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를 받던 중 지난 12일 숨졌다.
A씨는 좁은 골목길에서 마주친 B씨의 차량이 비켜주지 않자 말다툼을 벌이다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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