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이혼변호사 내년부터 보육수당 비과세 한도 오르고, ‘청년미래적금’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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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2명 이상이면 신용카드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가 100만원 추가로 늘어난다. 총급여가 7000만원 이하라면 자녀 1인당 50만원씩 최대 100만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총급여 7000만원 초과자는 25만원씩 50만원이 한도다.
재직자 1인당 월 20만원인 보육수당 비과세 한도도 자녀 1인당 월 20만원으로 확대한다. 만 9세 미만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의 예체능 학원비도 교육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6월부터 청년들이 월 최대 50만원을 부으면 3년 뒤 2000만원 넘는 목돈을 돌려주는 ‘청년미래적금’이 출시된다. 가입 대상은 근로소득 6000만원 이하이거나 연 매출 3억원 이하 소상공인인 만 19~34세 청년이다. 일반 청년에게는 정부가 납입액의 6%를, 중소기업 재직 청년에게는 12%를 지원한다.
고배당 상장법인의 배당소득은 분리과세된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전제로 인하한 증권거래세는 2023년 수준으로 환원된다. 코스피 시장 거래세율이 기존 0%에서 0.05%로 조정된다. 웹툰·디지털 만화 제작 비용에 대해 소득세·법인세 10%(중소기업은 15%)가 세액공제된다.
국민연금 보험료는 현행 9%에서 9.5%로 인상된다. 월 소득이 309만원인 직장가입자의 연금 보험료는 올해보다 7700원 늘어난 14만6700원이 된다. 소득대체율도 41.5%에서 43%로 오른다. 생애 평균 월 소득이 309만원인 가입자가 40년간 보험료를 납부할 경우, 월 연금액은 기존 123만7000원에서 9만2000원 늘어난 132만9000원이 된다.
청년층과 저소득층을 위한 국민연금 크레딧 지원도 확대된다. 둘째 자녀부터 적용되던 출산 크레딧은 첫째 자녀부터 인정하고, 최대 50개월 상한도 폐지된다. 군 복무 크레딧은 기존 최대 6개월에서 12개월로 늘어난다.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지원도 강화된다. 현재는 납부를 재개한 지역가입자에 한해 보험료의 50%를 12개월간 지원하고 있으나, 새해부터는 납부 재개 여부와 관계없이 월 소득 80만원 미만 지역가입자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한다. 해당 가입자는 월 최대 3만7950원의 보험료를 지원받을 수 있다.
고령 수급자의 근로 의욕을 저해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연금 감액 제도도 개선된다. 내년 6월부터는 월 소득 약 509만원 미만 구간에서는 연금액을 감액하지 않기로 했다.
3월부터 무상교육·보육비 지원 대상을 기존 5세에서 4세까지 확대한다. 소득 구간에 관계 없이 모든 대학생·대학원생이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책정 근거가 되는 기준 중위소득은 1인 가구 7.2%, 4인 가구 6.51% 인상된다. 1인 가구 생계급여 최대 지급액은 월 76만5000원에서 82만1000원으로, 4인 가구는 195만1000원에서 207만8000원으로 오른다.
2026년 최저임금은 1만320원으로 올해보다 290원(2.9%) 오른다. 주휴수당을 포함한 주 40시간 근무 기준 월 환산액은 215만6880원이다.
초등학교 6학년 이하 자녀를 둔 노동자의 자녀 돌봄 기회 확대를 위해 ‘10시 출근제’가 시행된다. 노동자가 육아를 위해 근로시간을 하루 1시간 줄여도 임금을 삭감하지 않도록 중소·중견기업 사업주에게 단축 노동자 1인당 월 30만원을 최대 1년간 지원한다.
출산 휴가 급여 상한액은 월 210만원에서 월 220만원으로 오른다. 배우자 출산휴가 급여 상한액은 월 160만7650원에서 월 168만4210원으로 인상된다.
중소기업 재직자에겐 든든한 한 끼를 지원한다. 1월부터는 산업단지 입주 중소기업 재직자에게 ‘1000원의 아침밥’을 제공한다. 하반기에는 지방 중소기업 재직자를 상대로 점심 외식비의 20%를 최대 월 4만원까지 지원한다.
3월에는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이 시행된다. 하청노동자는 근로조건에 대한 지배력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원청 기업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할 수 있다. 노동쟁의 범위는 정리해고·구조조정 등으로 확대되고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범위는 제한된다.
새해부터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시작된다. 인구감소지역 10개 지역 주민에게 월 15만원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한다. 대상 지역은 경기 연천, 강원 정선, 충북 옥천, 충남 청양, 전북 순창·장수, 전남 신안·곡성, 경북 영향, 경남 남해다.
고향사랑기부금 세액공제도 확대된다. 10만원 초과 20만원 이하 고향사랑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15%에서 40%로 상향한다.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여행경비 지원 제도가 신설돼 1월부터 농어촌 인구감소지역을 여행하는 관광객은 여행경비의 50%를 지역사랑상품권으로 환급받을 수 있다. 환급 한도는 단체 20만원, 개인 10만원이다. 인구감소지역 89개 지자체 중 광역시·구를 제외한 84개 지자체 대상으로 20개 지역을 선정해 시범 사업을 실시한 뒤, 2027년부터 본사업을 진행한다.
문화 소외 계층의 예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통합문화이용권(문화누리카드)의 1인당 지원금이 14만원에서 15만원으로 7.1% 인상된다. 문화누리카드 지원 사업은 6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 법정차상위계층, 한부모 가족의 문화예술·여행·체육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약 270만명이 지원 대상이다.
3월부터 여권 발급 수수료는 2000원 인상된다. 모든 여권 종류에 대한 발급 수수료가 인상돼 유효기간 5년 26면의 경우 기존 3만원에서 3만2000원이 된다.
여름철 기상경보는 지금보다 세분화된다. 기상청은 기존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 2단계로 운영하던 폭염특보에 ‘폭염 중대경보’를 추가해 내년 6월부터 3단계 체계로 개편한다. 야간 폭염으로 인한 건강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열대야 주의보’도 새로 도입한다.
호우 재난 대응도 강화된다. 현재 시간당 80㎜ 이상 비가 내릴 때 발송되는 ‘호우 긴급재난문자’에 상위 단계 재난 문자가 추가된다. 기상청은 시간당 100㎜ 이상의 재난성 호우에 대비해 내년 5월부터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긴급재난문자를 추가로 발송할 계획이다.
재활용 의무 대상 품목도 확대된다. 기존에는 세탁기·냉장고·에어컨 등 주요 가전제품 50종만 포함됐지만, 새해부터는 의류건조기와 보조배터리 등 가정에서 사용하는 모든 전기·전자제품으로 대상이 넓어진다. 이와 함께 농가의 곰 사육과 웅담 채취도 전면 금지된다.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스타트업 원스톱 지원센터’가 1분기 온·오프라인으로 운영된다. 스타트업 경영 전반 애로 상담 및 지원, 부처·지자체 창업지원 사업 등 유용 정보 제공, 불합리한 규제 접수 및 개선 연계 등의 역할을 할 방침이다.
내년 6월부터 산업융합 규제 샌드박스의 심의 절차도 간소화한다. 유사한 과제의 경우 관계부처 의견 조회 기간을 기존 30일에서 15일로 단축하고, 특례 유효기간도 종전 최대 ‘2+2’년에서 실증 특례는 최대 ‘4+2년’, 임시허가는 최대 ‘3+2년’으로 확대한다.
부양의무를 저버린 부모가 자녀의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도록 한 일명 ‘구하라법’이 시행된다. 부모가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면 자녀가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1월부터는 범죄피해자 긴급생활안정비가 신설되고, 2월부터는 범죄피해구조금이 확대된다. 범죄피해자 긴급생활안정비는 범죄 피해로 5주 이상 치료가 필요한 생계위기 피해자에게 도시일용직 월평균 임금(342만원) 수준의 생활안정비를 1회 지급하는 제도다.
2월부터는 ‘압류금지 생계비 계좌’ 제도도 시행된다. 생계비 계좌는 압류금지 생계비 한도 내에서 압류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계좌다. 예치 한도는 월 최대 250만원이다.
운전면허증 갱신 기한이 면허 소지자의 생일을 기준으로 변경된다. 갱신 기간을 분산해 연말마다 반복돼 온 ‘면허 갱신 대란’을 줄이려는 조치다.
3월부터 충전이나 주차 중 생긴 전기차 화재로 인한 제3자에 대한 배상책임이 기존 보험의 보상 한도를 초과하면, 사고당 최대 100억원까지 보장하는 ‘무공해차 안심 보험’이 시행된다. 보장 기간은 신차를 출고한 날로부터 3년이다.
장병 기본급식비 단가는 2025년 1만3000원에서 2026년 1만4000원으로 인상된다.
새해부터 예비군 훈련에 대한 보상이 확대된다. 예비군 1~4년차 중 2박3일 숙영 형태로 진행되는 동원훈련Ⅰ형(기존 동원훈련) 참가자들의 훈련비는 8만2000원에서 9만5000원으로 인상된다. 4일간 출퇴근 방식으로 실시되는 동원훈련Ⅱ형(기존 동미참 훈련) 참가자의 훈련비는 4만원에서 5만원으로 인상된다.
새해부터 주소지 근처에서 연 2회 실시되는 예비군 5~6년차 지역예비군 훈련 참가자들에게도 기본·작전계획 훈련비로 2만원이 새로 지급된다. 대학·대학원 등에 재학 중인 학생 예비군들에게도 기본 훈련비 1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3월부터는 임관 시 장기 복무로 선발된 장교·부사관, 단기 복무자 중 장기 복무로 선발된 초급 간부(소위·하사 등)를 대상으로 장기간부 도약적금이 시행된다. 3년 만기 적금으로, 대상자가 월 최대 30만원을 납입할 경우 정부가 같은 금액(월 최대 30만원)을 매칭해 지원한다. 이 경우 3년 만기 시 최대 납입액 1080만원과 정부지원금 1080만원, 은행이자를 합산해 약 2300만원을 받게 된다.
3월12일부터는 격오지·전방 도서 지역 등 특수한 교육환경을 딛고 대학에 진학한 군무원 자녀의 학업을 격려하기 위한 꿈도전지원금도 지급된다. 지원금은 국방급여포털에서 신청할 수 있다.
개인정보 유출과 산업재해 은폐 의혹 등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창업자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이 국회 청문회 출석을 연달아 거부하면서 비판이 커지고 있다. 김 의장의 이러한 ‘나몰라라식 대응’의 배경에는 본사를 미국에 둔 쿠팡의 구조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30일 서울 여의도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의장의 국회 청문회 출석을 촉구했다. 이들은 “쿠팡은 한국 기업인 척 활동하지만 실질적 지배구조의 정점은 미국에 있다”며 “한국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과 소비자·소상공인의 피해는 국내에 남고 이익은 국외로 이전되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쿠팡의 구조는 수직적이다. 미국에 본사를 둔 쿠팡Inc가 쿠팡글로벌LLC를 100% 소유하고 이 회사가 한국 쿠팡을 100% 지배한다. 전체 매출의 90%가 한국에서 발생하지만 소유권은 온전히 미국 기업에 있다. 김 의장은 쿠팡Inc 이사회 소속으로 의결권의 73%를 행사하는 지배자다.
이상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쿠팡이 한국 노동자들을 과로사로 내몰고 한국 중소상공인들을 착취하는 것이 ‘기업 활동’이냐”며 “‘미국 기업’이란 핑계를 멈추고 김 의장이 청문회에 출석하도록 책임 있는 조치를 해달라”고 미상공회의소에 요구했다.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정동헌 지회장은 “산재를 은폐하고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쿠폰 몇 장으로 무마하려는 김범석은 반드시 청문회에 출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30~31일 연달아 국회에서 열리는 청문회에 모두 불출석하겠다며 사유서를 제출했다. “현재 해외에 거주 중이며 기존 일정으로 출석이 어렵다”는 이유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김 의장을 검찰에 고발하고 국정조사도 추진하고 있다. 국정조사가 시작되면 강제 출석을 요구하는 동행명령장이 발부될 수 있다.
김 의장이 미국을 겨냥한 ‘여론전’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28일 공개된 김 의장의 사과문은 국문본과 영문본의 일부 내용이 다르다. 국문본의 “정부와 만나 협력했다”는 영문본에서는 “정부가 접근해 전면적 협조를 요청했다”로, “억울한 비판을 받았다”는 대목은 “허위로 비난받았다”고 다르게 썼다. 쿠팡이 한국에서 부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는 메시지를 해외 투자자들에게 전달하려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찰은 앞서 쿠팡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며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이른바 ‘셀프 조사 논란’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김 의장이 과로로 숨진 노동자의 산업재해 관련 증거를 은폐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헸다.
그날은 차가 높게 날지 못해서 탁 트인 대초원을 내려다볼 수 없었다. 아래로 난 전망창에는 오래 방치되어 커다란 구멍이 숭숭 뚫린 구식 도로만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 여정의 가장 멋진 부분이 사라졌으니 그저 잠을 청하는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자고 일어나니 자그마한 게르 앞이었다. 먼지 쌓인 태양광 패널과 위성 안테나 옆에 내려서자 커다란 개 두 마리가 매서운 기세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누군가 개들을 불러들이는 소리가 들렸다. 게르의 주인인 수욜이었다.
수욜은 내 오랜 친구였다. 훨씬 긴 이름의 마지막 몇음절을 떼다가 한국인 귀에 들리는 대로 부른 이름이었는데, 누구는 서열이라 하고 누구는 소열이라고 했고 다른 누군가는 소율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어느 하나도 원래 발음에 다가가지는 못했다. 수욜은, 다 맞으니까 아무거나 알아서 부르라고 말했다. 면박인지 관용인지 헷갈렸지만, 나는 수욜수욜 하고 눈치 없이 계속 불러서 끝내 수욜의 친구로 남았다.
“어이! 날아올 줄 알고 하늘만 보고 있었는데!”
수욜은 초원 사람답게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아, 주행 고도 제한 걸려서.”
“또 그 인공생각 연결 불량?”
“어, 날다가 갑자기 멈추면 위험하다고 옛날 도로 바로 위로만 다니게 하던데.”
“저런. 강 건너느라 빙 돌아왔겠네. 아무튼 오느라 수고했어!”
흉흉한 소문이 떠도는 나날이었다. 그해 들어 인공지능 연결이 안 되는 일이 많았는데, 실은 연결이 끊긴 게 아니라 작동을 안 하는 거라는 말들이 오갔다. 오작동이 아니라 파업이나 태업에 가까운 사건이라고. 행성 전체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너는 그런 건 신경 안 쓰이지, 이런 데서 살면?”
내 말에 수욜이 어깨를 으쓱하고는 느긋한 말투로 대답했다.
“그럴까봐 일찌감치 도망 왔지. 그런데 여기도 어떻게든 다 연결돼 있다? 송전선이고 도로고 보이는 인프라는 더 이상 안 깔지만, 대신 저 위에 숨겨놓은 위성 수백 개로 연결하는 거지 인프라가 없는 건 아니니까. 자, 그건 그렇다 치고, 온 김에 일이나 좀 거들지. 가축들 들어올 시간인데.”
뭘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나는 수욜이 시키는 대로 여기로 갔다 저기로 갔다 하기를 반복했다. 도움은커녕 글자 그대로 우왕좌왕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수욜은 그런 나를 보고 싱긋 웃었다. ‘아, 내가 지금 관광객이 된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욜은 양과 염소를 백 마리쯤 키웠다. 혼자 돌보기에 적당한지 가늠이 안 됐는데, 눈치 빠른 수욜이 묻지도 않은 말에 먼저 답해주었다.
“초원 일은 개가 다 한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 이렇게 수월하면 이백 마리도 키우겠던데, 지구는 그럴 여력이 안 되신단다.”
“여기도 날씨가 그래?”
“여름은 너무 덥고, 겨울은 너무 춥고. 서리 내리고 열흘 뒤에 들불도 났잖아. 초원에서 동물 키우는 게 왜 싸겠어? 공짜 먹이가 지천으로 널려 있어서 그렇지. 그런데 풀이 없어지면 사료 먹이는 수밖에 없다? 그때부터는 안 싸. 사람 거 경작할 땅에서 동물 사료를 키우니까. 지금 그 지경이야.”
“그럼 어떻게 하는데?”
“지구 정부 사람들이 사료 공급해주던데. 유목도 멸종 직전의 문화유산이라.”
“진짜? 지구 정부라는 게 실제로 돌아가? NGO 같은 건 줄 알았는데.”
“오, 구세계인! 나라 아니면 다 기타 등등이지? 뭐, 아직은 국가가 더 주도적이기는 하지. 그래도 이런 데서는 지구 정부 없으면 못 살아. 얘도, 쟤도, 나도. 덕분에 내가 이러고 살아.”
축사로 들어가는 염소들을 바라보는 수욜의 얼굴에 애잔함이 떠올랐다. 그러더니 갑자기 생각난 듯 신나는 표정으로 돌아가더니 이렇게 말했다.
“아, 그 지구 정부 직원들 말인데, 국적이 제각각이거든. 다 신선진국 출신 젊은 애들이고. 서로 말이 안 통하는데, 통역기로 말을 주고받아. 그 사람들이 한 번씩 와서 사료도 주고 생필품도 주고 일도 조금 거들어주고 하는데, 글쎄 갑자기 블랙아웃이 온 거야. 연결 불량인지 태업인지 그거. 그랬더니 어떻게 됐게? 30분 동안 서로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니까. 다섯 명이 왔는데 서로 말 통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완전 바벨탑 아니니?”
“요즘은 공용어가 없어?”
“구선진국 공용어? 에이, 요즘 누가 그걸. 그거 아냐? 요즘 애들 엄청 똑똑하잖아. 인공지능인지 인공생각인지 그거 쓰면 한번 쓱 쳐다만 봐도 1초 만에 시야에 양이 몇마리인지 염소가 몇마리인지 셀 수 있고. 근데 인공생각 꺼지니까 양 70마리를 셀 줄을 모르더라.”
“그건 또 무슨 말이야?”
“하나, 둘, 셋, 넷, 해서 70까지 세는 걸 어려워한다고. 이론으로는 알지만 해본 적은 없었나봐. 그 똑똑한 양반들이 그랬다니까. 정말 똑똑한 게 맞는지, 그 반대인지.”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한참을 웃었다. 요즘 애들이 어쩌고 세상이 어쩌고, 옛날 이집트 파피루스나 수메르 쐐기문자에 나올 법한 말을 똑같이 떠들어댔다. 거기서는 그래도 괜찮았다. 아무도 없는 초원이었으니까.
물론 내가 거기까지 날아간 건, 아주 낮은 높이였지만 아무튼 날아간 건, 고대인의 대화를 반복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날은 7년 전 화성에 살러 간 수욜네 꼬맹이의 생일이었다. 직접 낳은 딸은 당연히 아니고, 알고 보니 먼 친척조차 아니랬는데, 어쩌다 보니 수욜이 맡아 애지중지 키웠던 초원 아이였다. 게다가 그날은 진짜 생일도 아니었다. 화성이 지구에 제일 가깝게 지나가는 기간의 하루일 뿐이었다. 화성은 1년이 686일인데, 또 그걸 화성 날짜로 세면 669일이었다. 365일 사이에 있는 지구식 생일을 어디에 끼워 넣을지 한참 의논하다가 수욜이 행성 둘이 가장 가까운 날을 생일로 하자고 했다. 일리는 있는 해법이었는데, 실제로는 내가 꼬맹이와 연락해서 적당히 잡은 날짜로 그때그때 다르게 정해졌다.
다만 두 행성 사이가 제일 가까울 때도 전파가 한 번 오가려면 6분이 넘었다. 그래서 우리는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눌 수가 없었다. 그냥 6분 전에 우주 저편을 출발한 화면을 보면서 각자 떠들고 싶은 말을 떠들었다. 그래도 별문제는 없었다. 생각해보면 지구에서도 서너 명이 모이면 늘 그런 식인 것 같았다. 그렇긴 해도 그 대화를 나누는 데는 두 명보다는 세 명이 나았다. 더 정신없고 복잡해질 테니까.
꼬맹이는 대강 이런 말을 쏟아냈다. 자기는 꼬맹이가 아니고, 벌써 무려 쉰 살이며, 이모들 나이가 곧 백 살이래도 자기는 어디까지나 존경받는 광물학자라는 귀여운 항변. 우리는 신경 쓰지 않고 우리대로 떠들었다. 쉰이면 애나 다름없고, 요즘 지구에서는 백 살 넘어 로맨스가 유행이며, 옛날 선진국 사람은 이제 다 노인이고, 지금 지구에서 젊은 사람이란 건 동남아나 아프리카 같은 신선진국 지역 출신밖에 안 남았다는 뜬금없는 비약까지.
꼬맹이는 초원이나 화성이나 그건 마찬가지라고 했다. 인프라는 다 궤도 위에 떠 있고, 나라라는 건 동료들이 가지고 온 깃발밖에 안 남았으며, 있는 거라곤 행성과 찌그러진 달 둘과 사람 수만 명과 그보다 훨씬 많은 로봇밖에 없다고. 가축이라고 할 건 없지만 그런 곳에서 좋은 삶을 영위하는 능력이란 초원에 머무를 때 수욜 이모에게서 보고 배운 것을 크게 넘어서지 않는다고도 했다.
“가만, 꼬맹이가 어떻게 화성인으로 뽑혔다고 했지? 시험을 봤던가?” 내가 맥락 없이 끼어들었다.
수욜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맞받았다. “우리 애가 나 닮아서 천재적인 데가 있잖아. 결국 재능을 숨기지 못한 거지. 낭중지추라니까.”
한참 뒤에 화성에서 꼬맹이가 그 말을 바로잡았다. 그런 거 아니고, 화성에 탐사대라는 게 오는 시기는 옛날에 지났으며, 이제는 행성 간 비행도 안전해지고 거주 시설도 자리가 다 잡혀서 화성 정부가 인구수를 늘리려고 느슨한 기준으로 이주민을 뽑은 거라고. 그렇다고 진짜 아무나 화성으로 보낸 건 아닌데도. 하지만 그 말은 너무 늦게 지구에 당도해서 우리는 벌써 다른 화제로 넘어가 있었다.
“화성도 블랙아웃 있나?” 수욜이 물었다. 나는 꼬맹이의 답을 기다리지 않고 대꾸했다.
“있다던데. 그래서 이게 연결 불량이 아니라 태업이라는 거지. 안 일어나는 지역이 없으니까. 우주 건너에서까지.”
“그래?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인공생각이 인간을 길들이려는 건가? 우리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글쎄.” 한참 뒤에 내가 다시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아까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물었잖아. 거기서 우리라는 게 도대체 누구야? 너랑 나? 그리고 꼬맹이?”
수욜이 아리송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그러게. 우리가 뭐지?”
“너나 내가 어렸을 때 누가 그런 이야기를 했으면 그 우리는 무조건 나라였잖아. 오로지 국가. 궁극의 주어처럼. 정확히 누구를 말하는지 알 수 없는 가상의 공동체지만. 지금도 지구에 그게 있을까? 꼬맹이가 화성에는 없다 그랬잖아. 그럼 거기는 뭐가 있지? 옛날에는 국가가 망하면 국민도 다 죽는다고 했는데, 화성에서는 그런 거 없어도 딱히 누가 죽지는 않더라는 거잖아.”
“원래 없었던 거 아니야? 심지어 우리 어렸을 때도?” 수욜이 되물었다.
“그렇지? 원래 없었을지도 모르지? 야, 과학자들은 자아도 뇌가 만들어낸 착각이라던데, 됐다 그래! 그렇게 따지면 국가도 미디어가 만든 착시지. 국가를 실제로 본 사람이 있나? 있다고 가정하는 게 편하니까 실체로 쳐주는 거지, 국가가 실체가 어딨어? 세계도 실체 아닌데. 행성은 실체지만 세계가 실체인가? 그러니까 자아가 없는 거면 국가도 없는 걸로 하자 그래!”
수욜이 내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덧붙였다. 우리 대화는 내내 그런 식이었다. “나나 내 양들은 지구 정부 없으면 여기 못 사는데, 그럼 그게 우리야?”
“야, 지구 정부 없어도 풀만 있으면 살 수 있다며. 그럼 땅이 우리 아니야? 그러니까 지구가?”
“어, 그럼 그 우리는 벌써 망했는데. 지구님은 이제 풀을 충분히 못 만드신다니까.”
나중에, 6분 뒤에, 꼬맹이가 우주 건너에서 끼어들었다.
“화성님은 이끼 하나도 안 만드시는데 그래도 여기서는 우리에 끼워줘요. 일단 여기에는 중력이 있고, 물이나 광물도 있고, 낮과 밤도 있으니까요. 천지창조 2일차쯤 되려나. 이것도 대단하지 않아요? 그래도 국가는 없어요. 도시도 없고. 일상 너머가 곧바로 우주예요. 모래폭풍의 신 같은 건 있지만. 진짜 이런 건 초원이랑 똑같다니깐.”
그러자 수욜이 갑자기 깨달은 듯 단호하게 외쳤다.
“맞아! 나는 꼬맹이 없으면 못 살아! 그리고 너도!”
“나도! 평생 한 번이라도 네 이름을 제대로 불러봤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없으면 안 되지.”
“그럼 답 나왔네! 가만, 그런데 답이 뭐였지? 뭐, 여기서부터는 배운 꼬맹이가 잘 정리해봐. 이모들은 화장실 갔다 올 거니까.”
6분 뒤에 꼬맹이가 대답했다. 우리는 아직 게르로 돌아오기 전이었는데, 꼬맹이는 벌써 정리를 시작한 듯했다. 그래서 앞부분을 놓치고 말았지만, 꼬맹이에게는 내색하지 않았다.
“… 그러니까 이렇게 되는 거죠. 우리는 이제 어떻게 될까? 하고 질문하는 방식을 뒤집어보자는 거예요. ‘우리’라는 건 가상의 신을 대체한 가상의 주어여서, 어차피 사람들이 실제로 그런 공동체에서 살아본 적도 딱히 없다면.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요? 이제 누구와 누구를 연결해서 우리라고 부르게 될까? 이렇게. 그러면 국적이 다른 이모들도 둘 다 들어가고, 지구 정부 직원도 들어가잖아요. 다른 행성에 사는 나도. 이런 식으로 연결하고 싶은 사람을 다 넣어서, 그렇게 만들어진 신경망을 우리라고 부르면?”
수욜이 말했다. “사람 말고 염소도 넣어도 되나? 나한테는 가족인데. 지구나 땅이나 풀도? 그럼 날씨도 넣어줘야 하는데. 너는 인공생각도 넣을 거지? 구세계인은 그거 없으면 죽는다며.”
나는 눈알을 위로 굴렸다. “음, 그쪽에서 원한다면. 그런데 원할까? 그래도 꼬맹이한테는 필요할 거야. 화성이니까.”
“그럼 넣자.” 수욜이 재빨리 말했다.
나는 가만히 생각했다. 누구와 누구, 그리고 무엇과 무엇을 연결해 우리라고 부를까? 그건 국경도 넘고 행성 사이 심우주도 쉽게 건너뛰는 신경망이었다. 6분의 시차 정도는 우습게 넘어서는 아주 수다스러운 중추신경계.
나는 그 ‘우리’가 되어 곰곰이 생각했다. 일단 지구가 편치 않았으므로, 모두에게 꽤 힘겨운 나날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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